잦은 제품 가격 변경은 고객신뢰 붕괴의 지름길

장기적으로 실효성 없고 되려 시장규모만 위축시켜

이제 안경원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안경원 숫자가 지속적인 증가로 지난해 기준 이미 일만개를 넘어선 데다, 안경제품 판매처 다변화의 가속화로 향후 안경제품의 공급과잉 양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구절벽의 현실화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5살에서 64살 사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 현상이 올해부터 본격화돼 2026년까지 218만 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당연히 소비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본지는 미증유의 위기상황 속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안경사 주도의 해법마련을 찾고자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근 불경기의 여파로 특별할인 이벤트 등 가격할인 경쟁이 전 산업군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계가 ‘가격정찰제’ 등 일관적인 가격정책으로 차별화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은 단기적 수익에 치중해 고객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할 경우 고객신뢰를 잃기 쉽고, 장기적으로 전체시장 규모까지 위축시키는 등 폐해가 커 다시 일관된 가격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복안이다.
지속된 가격경쟁에 더해 근래 누가 먼저 겁을 먹고 물러나느냐는 ‘치킨게임’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안경업계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먼저 이들이 일관적인 가격정책으로 회기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할인이 쉽게 혹은 결국 고객반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자신들은 마진율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고객 응대에 나서지만, 그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하는 매장이 나올 경우 전체적인 이미지 손상 등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격경쟁이 장기적으로 시장규모를 갉아먹는다는 부작용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세일 및 할인 프로모션이 상시적으로 진행되다 보면 소비자는 당연히 세일가격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세일 기간이 아닌 때의 가격을 정상 가격보다 더 비싸다고 인식하며, 추후 구입 시기가 와도 세일가격이 아니면 구매를 거부해 최종적으로 시장축소를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한 때 승승장구를 했던 아웃도어 시장이다. 근래 아웃도어 업계는 매년 지난해 재고상품을 대량으로 시장에 풀면서 제품가격에 대한 고객 신뢰를 잃었다. 그리고 이런 패턴 반복으로 요즘에는 신상품 판매 부진 및 제품에 대한 인식 악화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빙과업계가 다시 가격정찰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빙과업계에 따르면 2012년 1조9723억원 규모였던 아이스크림 등 국내 빙과류 시장은 매년 감소세를 이어와 지난해는 1조2000억원까지 후퇴하면서 4년 만에 40%가까이 감소했다. 지금껏 빙과류는 비정상적인 판매구조로 여러 유통망에서 이른바 ‘반값할인’ 등 미끼상품으로 자주 활용돼 왔는데, 장기적으로 이런 가격정책이 아이스크림 가격에 대한 신뢰도 하락 및 시장축소로 이어진 만큼, 가격정찰제 재도입으로 제품 및 가격 신뢰도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안경업계도 다른 업계의 이런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 가격중심의 마케팅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 프랜차이즈 전략팀 관계자는 “가격에 비해 서비스나 전문성으로 고객의 신뢰를 확보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고객의 기대치에 충족하게 되면 안정적인 사업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최근 소비자의 정보력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나 파격할인을 진행함에도 큰 성과 없이 경영난에 빠진 안경원들이 많은데, 오히려 수많은 가격경쟁 속에 서비스로 승부하는 역발성의 전략이 주효할 수 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B 안경원 원장도 “사실 고객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안경원에 올 때 마다 진행 중인 할인 이벤트를 확인하거나 더 싼 매장을 찾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할인보다 ‘이 안경원은 믿을 수 있다’, ‘확실히 서비스가 다르다’는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 매출은 늘어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안경원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저출산의 고착화로 인구가 계속해 감소하고 있고, 안경원 운영비용은 매년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전략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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