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구조상 마땅한 대응책 없어 … 해외 생산 유혹 커질 듯

일본 굴지의 대기업 미쯔이 그룹 산하 종합화학업체인 미쯔이 화학(Mitsui chemicals)이 광학렌즈의 주요 소재인 모노머 가격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안경렌즈 제조사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시장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자칫 제품생산단가 인상분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고민이다.
안경렌즈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미쯔이 화학은 거래처인 안경렌즈 제조사들에게 모노모 가격 인상의 뜻을 전했다. 시장의 반발을 감안해 우선 규모가 큰 거래처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쯔이가 전세계 모노머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시장구조 속에서, 제조사들에게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 현재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물량베이스에 기초해 공급가가 책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모노머 사용량이 적은 국내 중견 제조사의 경우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A 렌즈제조사 관계자는 “쉽게 말해 모노머를 더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는 방식이다. 때문에 만일 인상된다면 사용량이 많은 글로벌 브랜드나 일부라도 모노머 생산능력을 갖춘 제조사들에 비해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더 큰 피해를 받을 공산이 크다”며 “그렇지 않아도 안경렌즈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의 공세적인 마케팅을 펼쳐 중견 브랜드들이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데, 모노머 가격 충격파까지 더해지면서 한 숨만 깊어지고 있다. 자칫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큰 위기상황을 맞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B 제조사 관계자도 “관련 특허 다수 보유로 전세계 렌즈원료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졌던 미쯔이는, 그럼에도 지금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이유로 전세계의 기업들과 인수·합병을 계속해 몸집을 키워왔다. 당시에도 미쯔이가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 키워, 향후 공급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며 “원료의 개념이라 생산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자명하지만, 그럼에도 최종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점점 고조되고 있어, 제품가격 상승에 먼저 나설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서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미쯔이의 이번 행보가 국내 렌즈제조사들의 해외 생산을 가속화 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설 유지비 및 인건비 등의 국내외 차이로 해외진출을 고민해 온 제조사들에게 공장 이전을 결심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모 글로벌 브랜드 임원은 “현재 국내에 랩을 두고 있는 제조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생산비로 계속해 공장 해외이전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생지(모노모) 가격이 인상된다면 그 유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안경렌즈의 경우 전체 생산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국 및 동남아 국가는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예전과 달리 생산국에 대한 안경사분들 및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을 높였다”고 견해를 드러냈다.
전세계 렌즈원료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미쯔이의 모노머 가격 인상시도가 제품가격 변화는 물론 경우에 따라 제조사들의 주요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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