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 88% … “앞으로가 더 걱정”

“요즘 ‘오늘 밥값은 벌었나?’라고 인사말을 건네는 경우가 많다. 서로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현재 우리 업계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서글픈 말이다”-A 도매업체 대표
“지난달에 장부를 분석해 봤는데 신용카드 매출만 전년에 비해 약 20% 가까이 줄었다. 하반기 경기가 더 안 좋을 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B 안경원 원장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직원들만 잡는다고 실적이 올라가는 게 아닌데 요즘 압박이 계속돼 회사 분위기가 엉망이다. 조용히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C 제조사 직원

근래 공급과잉 구조 심화로 인한 안경원간 가격경쟁 과열, 불경기로 인한 소비자 구매력 감소, 외부업계의 안경산업 진출 및 안경제품 유통 다변화 등 여러 이유로 안경업계의 경기가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암울한 내수경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주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영업 폐업률은 전년 보다 10.2%포인트 늘어난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음식, 숙박업 등 자영업 4대 업종은 48만3985개가 새로 생겼고 42만5203개가 문을 닫았다.
약 690만명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들 중 10곳 새로 문을 연 반면, 9곳은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린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당기순이익이 ‘0원 이하’라고 신고한 법인도 전년대비 9.8% 증가한 26만4564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회사를 운영했지만 순이익을 전혀 남기지 못한 회사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이번 국세청의 발표를 접한 안경업계 관계자들은 앞서 언급 했듯 본지와의 통화해서 대체적으로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고 말한 뒤, 가격파괴형 안경원들의 증가, 홈쇼핑 및 온라인 쇼핑몰들의 안경제품 판매 확대 등에 더해 앞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 저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향후 안경업계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공통적으로 드러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대비 4.5p 하락한 101.0으로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안경업계의 불황에 대한 타개책을 묻는 질문에 모 안경체인 대표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안경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급과잉 구조라 생각한다.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면서 가격경쟁 등 출혈경쟁을 유발하고, 출혈경쟁이 다시 시장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계속해 작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냉혹하게 말하면 불황속에서 어떻게든 견디고 경쟁업체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른 안경 프랜차이즈 임원도 “그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돋보기나 C/L 관련해 악재가 계속 쏟아져 더 암울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혹여 관련 규정이 바뀌지 않더라도 최소한 작금의 불황은 장기전으로 갈 공산이 매우 크다”며 “내부적인 조사에 따르면 불경기로 매출이 정체됨에 따라 전체매출에서 임대료 및 인건비 비중이 치솟은 안경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안경원의 경우 매출을 올리거나 운영비를 줄이는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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