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 참석 높이고 제품 다양화, 오더 바이 시스템 대전환 필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안경인들은 으레 아이웨어 수주회 시즌이 돌아왔구나 하며 피부로 직감한다.
해외 국제광학전시회들이 하나하나 끝나고, 아이웨어 업체들은 내년도 신모델을 준비, 안경사들에게 미리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하는 아이웨어 수주회. 올 한해 안경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내년도 트렌드를 미리 점쳐보면서 들썩들썩 해야하는 수주회 분위기 예년과 다르게 너무 가라앉아 있어, 수주회를 준비하는 유통사를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사실 조용한 수주회의 모습은 올해 봄 행사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썰렁한 수주회장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썰렁한 수주회가 계속되고 있는 요인에 대해 안경인들은 다양한 이유를 내놓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됐다. 첫 번째는 역시나 경기였다. 시장의 경기바닥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상태에서 안경원에도 재고가 쌓여가고 있고, 굳이 새 상품을 또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주회장에 가 봐도 별다른 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수주회 업체들 제품이 다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 굳이 발품 들여 찾아다니면서 안경원을 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시즌마다 으레 행해지는 행사에 대한 면역과 피로감이 동시에 오고, 수주회에서 세일을 하더라도, 안경사들이 큰 메리트를 못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 모 수입업체 관계자는 “안경사분들의 마인드가 예년에 비해 많이 달라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초청장을 따로 보냈어도 고심하는 모습을 많이 확인할 수 있다”며 “안경원 매출이 안오르는 상태에서 맘 편하게 물건 보러 다닐 수 없다. 안경원에서 손님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의견을 종종 듣는다”고 전했다.
남대문 지역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모 원장은 “경기상황이 좋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초도 금액을 내놓고 제품을 사입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에 업체들이 자구책으로 낱장 판매 등 다양한 형태를 제시하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고 전하며 “어차피 수주회장을 가면 하루를 다 보낸다는 느낌이 있어 필요한 제품 브랜드의 영업사원을 불러서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 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 아이웨어 업계의 수주회 역사는 10년이 넘어섰다. 한때 아이웨어 유통사의 전체 브랜드와 컬렉션을 한 눈에 보고 원하는 브랜드의 모델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었던 수주회 영업방식은 지방의 안경사들과 지역적 특성상 방문의 혜택이 없었던 매장에게 희소식이 되기도 했다.
하루 몇 시간의 투자로 좋은 상품을 자기 상권과 매장의 특성에 맞게, 본인의 의지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동등한 입장의 기회를 갖는 ‘매장별 맞춤형 오더’방식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또 업체 측은 단순한 아이웨어 영업사원이 아닌 비즈니스 플래너로서의 역할과 좀 더 나아가 컨설턴트의 역할을 하며 안경업계의 새로운 유통 혁신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던 ‘수주회’의 혁신적인 유통방식이 10년이 지난 현재에는 스토리도 없고, 좌판만 깔아놓고 오더를 받는 행사, 이젠 오히려 관행이 되 버린 그저 그런 행사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안경인들은 수주회가 그동안 안경업계에 보여주었던 긍정적인 순기능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저기 수주회가 열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경업계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안경업계 경기활황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수주회를 통해 안경업계가 다시 뜨거워지고,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에 안경인들은 신바람 나는 수주회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 이전과는 180도 다른 시스템의 수주회로.

강병희 기자 (bhkang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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