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들, “우리는 준비됐다. 이제 소비자가 변할 차례”

누진 정체 속 기능성 약진… 보수적 브랜드 선택 성향 뚜렷

안경업계 전문 리서치 기관인 Real Optical Research(이하 ROR)에서는 창간 17주년을 맞이해 근래 주목받고 있는 누진다초점 및 기능성렌즈 활성화의 의견을 묻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일부터 7일가지 서울·경기권 100곳, 그 외 지역 100곳 총 200곳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설문결과에서 기능성렌즈의 매출 증가 폭이 누진다초점 렌즈를 앞도하고 있는 가운데, 안경사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 가격 및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존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업-셀링 제품 추천에 있어 브랜드 변화에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편집자 주>

기능성 렌즈 매출 뚜렷
그러나 누진은 반응 엇갈려

안경원의 안경렌즈 전체 매출에서 기능성 렌즈의 성장세가 본격화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귀 안경원에서 기능성 렌즈 및 누진렌즈의 매출은 전년대비 어떻게 바뀌었습니까?’라는 질문에 28%에 해당하는 56곳이 변화가 없음을 뜻하는 ‘0%’라 가장 많이 답한 가운데, ‘+20%’가 18%인 36곳, ‘+40% 이상’이 13%인 25%로 집계됐다. 단순히 ‘증가’와 ‘없다’로 양분해 보면 ‘증가’가 50%로 22%인 ‘감소’의 두 배를 넘어서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현대인의 다양한 시생활에 맞는 제조사의 다양한 신제품 출시와 보다 고부가 상품 처방을 통해 불황을 이겨내고자 하는 안경사의 노력이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글로벌 모 렌즈제조사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올해 기능성 제품군 매출 성장률이 두 자리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제조사들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하반기에 여러 신제품들이 출시 된 만큼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다만 ‘+20%’라 답한 경기의 한 원장은 “절대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른 제품들의 가격경쟁이 워낙 심해 현재 고객이 부담이 느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안경렌즈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인근에 안경렌즈까지 싸게 파는 체인 및 대형매장들이 계속 늘고 있어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이 크다. 앞으로 안경렌즈까지 가격이 무너지면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 연출 될 수 있다. 협회 및 제조사들 중심으로 시급히 대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반면, 누진다초점렌즈 매출은 기능성렌즈와 달리 ‘증가’ 및 ‘감소’가 각각 38%인 75곳, 37%인 74곳으로 집계돼 눈길을 모았다. 누진다초점렌즈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이면서, 추천고객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30%’라 답한 울산의 한 안경사는 “신문을 보면 노인인구 증가가 곧바로 누진시장 증가로 이어질 거라 하는데, 현장에서 보면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퇴직한 어르신들 중 수 십 만원 하는 제품의 구매력을 갖으신 고객들을 만나기는 손에 꼽을 정도다”며 “일부 구매하시는 고객들도 가장 저가인 제품을 선호하고, 단골들 중에서도 다소 불편하지만 오래전에 맞춘 안경을 조금 더 쓰겠다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어 걱정이 많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누진시장의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의견을 드러냈다.

기능성, 고객접근성 향상 필요
누진은 가격에 전문성까지 문제

그렇다면 기능성 및 누진다초점렌즈 처방에 있어 안경사들은 어떤 부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고자 ‘귀하는 기능성 렌즈 추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해 봤다.
안경사들의 답변은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됐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대’와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차이점 부족’이 각각 39%인 78곳, 34%인 67곳으로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이어 ‘고객의 제품에 대한 인식 부족’, ‘제품 필요성 설명을 위한 객관적 데이터 부족’ 순이었다.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차이점 부족과 고객의 제품에 대한 인식 부족이 약 절반에 달한다는 점에서 근래 다양한 대소비자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제조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경사들은 여전히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부족으로 추천 및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기타의견으로는 ‘가격경쟁, 저가체인 홍보물’ 등 대부분 안경원간 과당경쟁 관련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반면 누진다초점렌즈는 비슷하면서도 상이한 결과가 나와 눈길을 모았다.
‘귀하는 누진렌즈 추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는 질문에 기능성렌즈와 같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대’라는 답변이 38%인 76곳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노안제품이라는 거부감’이 22%인 44곳, ‘처방 실패 시 부담’이 20%인 40곳, ‘검사 및 처방기술 부족’이 15%인 29곳 순이었다.
누진다초점렌즈가 노령층을 위한 제품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안경업계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하는 것도 분명히 중요하다. 그러나 안경렌즈의 경우 다른 제품들 보다 안경사의 영향력이 크고, 처방 실패에 대한 거부감과 검사 및 처방기술 부족 부문은 업계 내부의 문제라는 점에서 안경인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부산의 모 원장은 “올해 안경렌즈 PB 출시에 힘을 쏟은 안경 프랜차이즈들이 많았는데, 이 자체가 안경렌즈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생각한다. 주변의 지인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안경렌즈 중심으로 영업을 펼치려는 분들이 많다”며 “그럼에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경기상황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데다 고객들 중 기능성 제품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고, 특히 누진의 경우 오랜 노력과 투자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최근의 여러 악재들이 안경사들에게 전문성의 중요성과 장사가 아니라 케어가 핵심이라는 인식 확산에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 원장님들 중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분들이 많아 응원하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런 긍정적인 노력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높이 평가해 준다면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확대, 소비자 마케팅이 핵심
기존 안경 브랜드 영향력 막강 

기능성 및 누진다초점렌즈 처방에 있어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을 알아본 만큼 안경사들은 제조사들에게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고자 ‘누진 및 기능성 등 고부가 렌즈 시장 확대를 위해 제조사에가 집중해줬으면 하는 것은?’이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안경사들의 답변은 앞서 밝힌 애로사항과 거의 비슷한 맥락을 보였다. ‘제품에 대한 대국민 마케팅 강화’가 40%인 79곳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이어 ‘안경사 교육 프로그램 확대’가 32%인 64곳, ‘고객 설득에 도움이 되는 판매툴 및 홍보물 확대’가 13%인 26곳 순이었다. 그밖에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는 가격책정’이 13곳이었으며, ‘기타’ 의견으로는 저가판매 안경원 거래 중지 등 가격할인 방지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글로벌 제조사 교육팀 관계자는 “많은 안경사분들이 대대적인 소비자 마케팅을 원한는 것을 알고 있으나 국내 안경렌즈 시장 크기나 제조사들의 매출 규모를 봤을 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계속해 안경원 홍보 지원을 강화하고, 유튜브나 각종 SNS 등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채널을 중심으로 더 노력해 나갈 것이란 말씀을 드린다”며 “또한 교육부문도 향후 컬리큘럼 세분화 및 온라인 활용 등 기회 및 접근성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부터는 제조사간 교육 경쟁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고객의 안경렌즈 선택에 있어 안경사의 영향력이 큰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안경사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무조건적으로 강권 할 수는 없다. 자칫 자신이 추천한 브랜드에 고객이 만족하지 못할 경우 신뢰성에 상처를 입을 수 있어서다.
이에 안경사들의 고객 응대 시 고려하는 요소들 중 기존 브랜드의 파급력을 알아보고자 ‘귀하가 기능성 및 누진렌즈를 추천할 때 고객의 기존 렌즈 브랜드가 영향을 미치나요?’라고 물어봤다.
전체응답의 41%인 82곳이 ‘어느 정도 미친다’고 답한 가운데, ‘큰 영향을 미친다’가 30%인 59곳으로 안경사 추천에 있어 안경사의 추천에 있어 막강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추천하는 브랜드가 최고
제조사들, “브랜드 이동 커질 것”

마지막으로 최근 안경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제조사들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안경사들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알아보고자 ‘귀 안경원 누진렌즈 업-셀링 성공사례 중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비중은?’이라고 물어봤다.
안경사들의 답변은 ‘50%’가 19%인 38곳, ‘60%’가 9%인 18곳, ‘70%’가 11%인 21곳, ‘80%’가 16%인 31곳, ‘90%’가 20%인 39곳 등 골고루 분포됐다. ‘100%’라 답도 14%에 달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기존 브랜드에 대한 만족도(신뢰도)’가 37%인 74곳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브랜드 교체에 대한 번거로움’이 19%인 37곳,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및 평판’이 8%인 15곳 순이었다.
이에 대해 대전의 A 안경원 안경사는 “예초에 가격이나 성능 그리고 고객의 성향 및 특이점 등 여러사안을 고려에 추천해 드리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는 한 기존 브랜드를 다시 추천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특히 제조사 별로 디자인 등이 차이가 있어 민감한 고객의 경우 브랜드를 바꾸면 컴플레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업-셀링의 경우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기존 브랜드에 만족한 고객에게 다른 브랜드를 권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모 제조사 마케팅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 이동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제품이 상향평준화 및 업그레이드되면서 기존 브랜드에서 새로운 브랜드로 이동하는 트렌드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점점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고, 근래들어 교육팀에서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안경사분들이 보다 쉽게 브랜드를 이동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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