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인들 “C/L온라인판매·법인안경원 설립까지” 적용 압박에 깊은 우려

최근 안경업계에 현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샌드박스’ 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기술혁신과 혁신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진행되는 규제 샌드박스는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 일정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를 말한다.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 아이디어가 있다면 기존의 법령이나 규제로부터 일정기간 유예하고, 시험해보고 테스트 한다는 정책이다.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성장의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의 긍정적 역할과 순기능 뒤에 특정산업의 생태계와 직업군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 역시 대두되고 있다.
이런 규제 샌드박스 움직임에 국내 안경업계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일부 IT기업에서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와 법인 안경원 등을 허용해달라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협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연계해 안경사와 판매사가 동시에 근무하는 오프라인 안경원을 개설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정부 입장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풀어야 한다. 하지만 안경테와 선글라스 등이 이미 온라인에서 무차별로 유통되고 있다.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유통이 새로운 기술에 의한 신산업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술 혁신을 못하고 있는 IT기업이 기존의 의료 서비스산업에 기생하려는 진부한 움직임이며, 국민 안보건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 안경사제도를 파괴해 돈벌이에 이용하겠다는 교묘한 술수”라고 폄하했다.
안경인들은 소비자들의 안경원 접근성이 국내와 해외가 판이하게 다름을 먼저 지적하면서 안경업계에서 규제 샌드박스의 무용론을 내세우고 있다. 해외의 경우, 안경원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안경가격 역시 고가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편의성을 위해 온라인유통이 실시된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안경원에 대한 접근이 쉽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안경과 콘택트렌즈는 국민 안건강을 위해 안경사의 전문서비스가 필요한 의료산업이지만, IT업체가 국민 안보건을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시켜서는 안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그리고 법인 안경원이 허용된 이후도 문제다.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안경테와 안경렌즈 등을 선택한 후 오프라인 안경원에 방문해 굴절검사와 안경조립을 하는 모습이 현실화 된다. 자연스럽게 안경사의 전문성은 축소되고, 기계적이고 단순 업무만 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규제를 줄이고 창의성을 극대화하려는 샌드박스, 즉 모래놀이터가 아니라 누구든 먼저 선점하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콘크리트박스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혹평했다. 여기에 샌드박스 선정업체는 특혜를 통해 선점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고, 이는 5만 안경사와 20만 안경사 가족의 생존권에 큰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상당수 안경원은 폐업에 이르게 되며, 대부분의 안경사는 실업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거대 온라인 유통업체만 살아남아 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이고, 대부분의 안경원은 하청 안경원으로만 남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안경원 뿐만 아니라 콘택트렌즈, 안경테, 안경렌즈 제조업 역시 독점에 의한 불공정한 거래로 인해 산업기반이 위태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샌드박스의 연장선에 있는 도수수경과 돋보기 온라인 판매허용 논의를 쉽게 보면 안된다. 업권을 서서히 빼앗기다보면 결국 안경사의 전문적 영역은 사라지게 된다.
안경업계에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이는 규제 샌드박스. 이제 걸음마 단계를 뗀 정부 정책이지만 안경인들이 간과하지 말아야할 사안인셈이다.

규제 샌드박스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를 말한다. 즉, 신기술·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이나 규제에도 불구하고, 실증(실증특례) 또는 시장 출시(임시허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즉, 사업자가 새로운 제품, 서비스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신청하면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도 심사를 거쳐 시범 사업, 임시 허가 등으로 규제를 면제, 유예해 그동안 규제로 인해 출시할 수 없었던 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한 후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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